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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이야기

wow 아이템 체계를 분석하고 알아보자.

와우는 체계적으로 문제점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문제점을 제작 컨텐츠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와우는 왜 유저에게 제작을 꼭 시켜야만 했는가 그리고 제작을 시키기 위해서 유저에게 무엇을 줘야 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일단 제작이 유저들로 하여금 사용되기 위해서는 유저가 직접 적으로 사용하거나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유저에게 직접적으로 사랑받는 컨텐츠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하나 중요한 사실은 제작 컨텐츠는 다른 기본 컨텐츠가 모두 완성된 다음에 기획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다른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제작 컨텐츠를 그 안에 녹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게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와우의 기본 장비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야만 했습니다. 와우의 장비는 착용 재질별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천과 가죽, 사슬과 판금 등으로 제작 장비를 만들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와우에는 무게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템은 크기나 재질에 관계 없이 하나의 이벤토리 슬롯만을 사용합니다. 재봉술은 천이라는 재료를 필요하도록 디자인하고 가죽은 동물형 몬스터로 대장기술은 광석을 통해 얻도록 설계했습니다. 너무 광범위한 아이템 획득 구조를 정리할 필요를 느꼈고 그 문제를 채광이나 수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획득 구조로 개선했습니다.


사슬또는 판금이라는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채광을 시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뒤늦게 새로운 시스템을 기존 시스템과 융합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구조가 새로운 시스템에서 캐서 획득하도록 만들어져있다는 것입니다. 천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산을 하는 구조인데 이것 역시 몬스터를 잡아서 획득하게 된 것입니다.

와우의 회색 아이템은 그 가치가 상점에 팔 때 발생합니다. 그러나 천 재료 아이템은 상점에 비싸게 팔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있고 그 가격대의 물량을 유저들이 소화해버린다면 게임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상점에서 파는 아이템 가격을 기준으로 유저들의 거래 시세삭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점에 파는 아이템의 가격을 무작정 높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낮은 가치로 팔 수 있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쓸모없는 아이템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재봉을 하지 않는 유저들도 천을 줏을 수 있고, 이 천은 모두 상점에 팔려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경제적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응급처치입니다.

천 재료는 응급처치를 통해 재봉수를 배우지 않는 유저라고 하더라도 꼭 필수로 필요한 아이템이 될 필요가 있었고 상점에 팔리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응급처치는 누구나 꼭 필요한 스킬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천 아이템이 버려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미 물약의 구조와 회복 스킬의 구조를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새로운 필요가 만들어진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응급처치는 전투중에 치료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물약과는 쿨타임이 겹치지 않도록 장점을 준 것입니다.

와우의 전투 구조상 일대일 이상의 전투가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전투 난이도가 상승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간다고 개선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1레벨부터 최고 레벨이 되는 순간까지 이 구조를 유지합니다.

최고 레벨이 되어 장비가 개선되면 어느정도 이 구조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그 전까지는 그 레벨 구간의 좋은 장비를 착용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비를 획득하지 못하면 전투가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힐의 필요가 점점 더 증가한다는 말입니다.

힐러의 경우 옷감과 붕대를 항상 가지고 다니게 됩니다. 힐러의 MP는 자기 자신의 체력을 채우기 위한 자원이 아닙니다. 힐러는 자신에게는 최후의 순간까지 힐을 하지 않고 다른 파티원의 체력을 채워주는 것이 역할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mp를 소모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파티원의 체력을 채워질 기회를 잃는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응급치료를 사용하면 자신의 mp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체력을 채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투 중 엄청나게 큰 매리트로 작용합니다. 물론 물약 역할을 하는 물빵이 있지만 응급치료와 다르게 물빵은 전투중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약은 쿨타임이 길기때문에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응급치료의 치료 효과가 물약을 넘어서는 곤란합니다. 물약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와우에서 위험한 상황에서 최고의 치료제는 물약이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약과 응급치료가 공존할 수 있는 정도의 치료량을 제공하고 물약은 한 번에 체력을 회복해주지만 붕대는 천천히 체력이 올라가는 차별점을 두었습니다.


이런 게임 디자인의 비밀은 게임의 아이템 구조를 분석하면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설계된 아이템 디자인이 아니었기에 기존 구조와 충돌하는 부분을 개선하면서 기존 아이템 구조를 무너뜨리거나 해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배울 점은 기본 게임 시스템은 가급적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 완성해놓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완성이라는 뜻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일단 구조적 충돌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을 뜻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신규 시스템이 들어왔을 때 충돌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의 규모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이 후반에 추가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최대한 기존 시스템이 주고자 했던 가치를 지키며 새로운 시스템도 유저들에게 사랑 받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