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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이야기

퀘스트를 포기하지 않게 만든 디자인의 비밀을 알아보자.

와우는 퀘스트게임입니다. 이것을 부정할 사람은 전 세계에 별로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와우 유저 중 분명 퀘스트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라면 말입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리니지를 중심으로 사냥만으로 성장해온 경험을 한 유저들이 대부분입니다.

퀘스트라는 개념은 아예 있지도 않았고, 그저 필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며 얻은 경험치로 레벨업을 하며 성장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사냥을 도와주는 것들이 거래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와우는 철저하게 퀘스트를 하도록 디자인되어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 플레이어들에게서도 와우의 퀘스트 시스템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지속적으로 반복 플레이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 퀘스트를 단순 경험치를 얻기 위한 도구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큰 스토리를 경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저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와우는 반복되는 플레이를 퀘스트를 통해 시켰기 때문에 반응이 좋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유저들로 하여금 퀘스트를 더욱더 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퀘스트로 성장하는 것을 거부한 사람들에게 퀘스트의 장점을 노출하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그 보상을 자주 얻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퀘스트를 하지 않는 유저들이 그것을 보고 퀘스트의 세계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퀘스트 전도사들까지 생겨났습니다. 골드를 벌기위해서는 여전히 사냥 플레이가 좋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퀘스트를 잠시 포기하고 사냥만으로 성장하는 것을 택했던 플레이 방식의 사람들입니다. 퀘스트는 공짜로 경험치와 보상을 얻는다는 느낌을 주지만 지속적으로 획득되지 않고 끊기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사냥을 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집니다.


퀘스트를 포기하고 사냥을 하는 유저들에게 퀘스트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걸기 시작합니다. 퀘스트의 장점을 설명하며 왜 퀘스트를 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하셔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것 또한 mmorpg의 하나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 덕분에 다시 유저들은 사냥을 포기하고 퀘스트를 하게 됩니다. 와우는 퀘스트를 계속하고 퀘스트에서 이탈한 유저들을 스스로 다시 커뮤니티로 하여금 퀘스트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철저하게 유저들로 하여금 퀘스트가 절대적으로 좋다는 착각을 일으켜야 성립될 수 있는데 와우는 그것을 해냈습니다.


그 이야기는 퀘스트를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와우의 인벤토리는 제한적입니다. 가방 아이템을 좋은 것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넉넉하게 인벤토리를 비워진 상태로 다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말입니다. 퀘스트 몇 번 하면 사냥에서 얻은 아이템과 퀘스트 보상템 등으로 어느새 인벤토리가 가득차게됩니다.

특히 제작에 손을 댄 유저라면 획득한 아이템을 단순히 팔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가방에 계속 쌓아둬야 합니다.


각종 저항 아이템과 물약, 가죽, 천 종류의 아이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를 더욱 무겁게 만듭니다.

와우는 기본적으로 사냥터에서 사냥을 오래할 수 있는 구조로 게임이 디자인되어있지 않습니다.

인벤토리를 비우고 정리하고 다시 마을에와서 상점에 아이템을 팔아야 하는 잦은 이동을 계속 요구합니다.

그렇게 잦은 이동은 사냥시간의 비효율을 초래합니다. 이 시간에 사냥을 했다면 레벨업 했을텐데 하는 심리말입니다. 그 심리는 결국 사냥이 더 느리게 느끼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수십시간 사냥만 할 수 있는 게임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마을에 한 번 갔을 때 최대한 효율적인 정리를 통해 다시 마을에 오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유저로써 당연한 일입니다.

퀘스트로 성장하는 유저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이를 증명합니다. 차라리 이렇게 왔다갔다 할 것 같으면 그냥 이동하면서 경험치를 받는 퀘스트를 하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말입니다.


어자피 사냥은 하는 것이고 마을에 이동했을 때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유저로써는 최고의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유저로 하여금 이동하는 시간을 보상하도록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유저가 퀘스트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와우는 지속적으로 유저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주고 이 불편함을 해소하게 하기 위하여 마을로 유저를 이동시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벌어지는 퀘스트 완료 보상과 성장을 통해 퀘스트의 세계로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킵니다.


이 때문에 서양에서조차 초기에 게임 유저들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게임 디자이너로써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포기하고 사냥터에 오래 머무르도록 게임을 디자인하면 퀘스트를 동작하게 하는 매커니즘을 완성시킬 수 없었을테니까 말입니다.

유저가 퀘스트를 하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심리를 이용해 퀘스트를 플레이 하도록 만들고 mmorpg라는 게임 특성을 이용해 퀘스트를 하지 않는 유저들에게 다른 유저들이 퀘스트의 장점을 알리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이 구조를 바탕으로 산발적 pvp를 일으키는 레벨 디자인을 통해 적대적감정을 성공적으로 쌓았습니다.


이 모든것이 바로 최고레벨 이후의 컨텐츠를 동작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저들은 퀘스트 자체를 장점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플레이하였지만, 게임 디자인의 비밀은 이렇게 많은 것이 숨겨져 있었습니다.